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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원주의

last modified: 2015-04-14 17:36:20 Contributors


Contents

1. 설명
2. 환원주의의 가치?


1. 설명


還元主義
reductionism

어떤 높은 단계의 개념을 더 낮은 단계의 요소들로 분할하여 정의하고자 하는 철학적 흐름.

화학에서 말하는 산화의 반대개념 "환원" 과는 크게 관련이 없으며,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의 "환원" 이 약간 더 여기서의 환원에 근접해 있다. 사실 무엇이 더 높은 단계인가 낮은 단계인가에 대해서도 엄밀하게 이야기해야 하겠지만, 일단 여기서는 정말 거칠게 말해서 "더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정도로만 알아두어도 되겠다. 오컴의 면도날과는 전혀 다르니 유의.

특히 과학에서는 반형이상학적 흐름을 바탕으로 그 어떤 추상적 의미나 가치를 배제한다. 그러나 단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험주의적 현상주의와 물리주의[1]적 언어를 함께 채택하고 있다. 과학철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환원주의는 논리 실증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여겨지고 있다.

일단 어떻게든(…) 더 높은 단계와 더 낮은 단계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데, 식자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계층구조는 대략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각종 사회과학
▼ (환원) ▼
심리학[2] (특히 사회심리학)
▼ (환원) ▼
신경과학, 뇌과학[3]
▼ (환원) ▼
생리학
▼ (환원) ▼
생물학 (특히 분자생물학)
▼ (환원) ▼
화학
▼ (환원) ▼
물리학 (특히 양자역학)

아무튼 이와 비슷한 모양으로 모든 사회과학은 심리학으로 환원되고,[4] 심리학은 다시 생물학, 특히 신경생리학으로 환원될 것이며, 생물학은 세포의 단위로, 다시 분자의 단위로 환원되고, 나중에는 생화학을 거쳐서 종국에는 가장 미시적인 입자 수준의 물리학으로 환원되어 설명 가능해질 것이다. 이것이 환원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각 학문들 사이의 계층구조이다.

이렇다 보니 모든 학문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다 뿐이지 좀 더 복잡한 물리학에 지나지 않게 된다는 소리. 언뜻 보면 광역 어그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각 분야별로 공부를 하다 보면 서로간의 영역이 많이 겹치고 언어도 나름 비슷하고, 학제 간 협력도 활발히 일어나기 때문에 과격하다고 투덜거릴 수는 있어도 아주 부정할 수만도 없는 게 현실. 한 분야에서 안 풀리던 문제가 옆 동네 분야에서 손쉽게 풀리는 일도 있다더라 그래도 어쨌건 위의 계층구조를 두고 이건 웬 물리부심(?)이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튼 리그베다 위키에서는 위키백과가 아니므로 환원이라는 과정에 대해 이런 방식으로 설명하더라도 충분할 듯하다.

이와 같은 환원주의의 특성 때문에 영국의 천체물리학자이자 수리물리학자이며 동시에 대중적인 유신론적 진화론자인 J.폴킹혼 경은 자신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다음 문장에 대해 수긍할 수 있다면 자신이 환원주의자라고 생각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인간이란 단지 무수히 많은 쿼크와 글루온, 전자 등이 모여 있는 집합체에 불과하다."

여기서 "단지 ∼ 에 불과하다"(nothing but ∼ ) 화법에 주목하라. 이것은 환원주의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다. 실제로 이 때문에 환원주의자들은 다른 식자들에게 약간의 위트를 넣어서 "nothing butter" 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매사 무슨 말을 할 때마다 "결국 그것도 단지 ∼ 에 불과할 따름이지요." 라고 말을 끝맺기 때문.

대표적인 환원주의자로는 노벨상 수상자인 F.크릭(1916~2004)이 있다. 그에 따르면 "현대 생물학의 궁극적 목적은 사실상 모든 생물학을 물리학과 화학의 용어로 설명하는 것" 이라고 한다.[5] 다른 네임드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역시 환원주의에 우호적이며, 생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G.에델만(1929~2014) 역시 자신의 저서에서 "마음의 기초를 이루는 물리적 물질은 전혀 특별하지 않으며, 약간의 금속과 함께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유황, 과 같은 화학원소들 뿐" 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6] 이 맥락에서 보면 사랑 역시 그저 옥시토신(oxytocin)을 바탕으로 한 신경세포들 간의 의사소통에 불과하다는, 지극히 환원주의적인 (즉 썰렁하고 차디찬) 설명이 가능해진다.[7]

환원주의는 사회과학의 영역에서 마치 "부분과 전체 논쟁" 을 연상케 하는 면이 있다. 사회 명목론 또는 사회 유기체설 같은 입장에서 본다면 "전체는 단지 부분의 합에 불과하다" 와 같은 논변과도 멀지 않아 보이기 때문. 즉 숲은 나무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숲은 단지 나무들의 집합일 뿐이다. 물론 바로 이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 복잡계 이론인데, 환원주의에 대한 반박들 중에도 복잡계 이론의 창발(emergence)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결합의 오류와도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여겨지고 있다.

2. 환원주의의 가치?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측정할 수 없다."
"I can calculate the movement of the stars, but not the madness of men."

아이작 뉴턴 극단적 환원론의 위험성을 주식시장에서 몸소 겪으신 물리학의 본좌... 아니, 한 마리의 개미

이와 같은 환원주의적 접근법이 현실을 잘 설명한다면 좋겠으나, 환원주의의 반대자들은 환원주의를 통해 세상을 관찰하는 것이 세상에 대한 온전한 이해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점을 언급한다. 환원주의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가능하지만, 경험적으로 저런 설명이 그다지 많은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하와 같이 그 대상이 인문 현상일 경우에는 웃지 못할 결과가 나오게 된다.

  • 음악단지 한 종류의 공기의 떨림에 불과하다.
  • 모나리자단지 그 화학적 구성이 알려진 페인트 조각들의 집합에 불과하다.
  • 조정래의 《태백산맥》은 단지 흰 종이의 섬유 위에 붙어 있는 검은 잉크의 반점들에 불과하다.(…)
  • ......

결국 환원주의의 한계점이라면 미시적 관점을 지나치게 거시적 세계에 그대로 대입하려 할 때 나타나는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용하게 쓰일 만한 정보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모나리자 작품을 감상할 때, 제작 당시의 화학안료들의 배합과 성분을 이해하는 것이 부차적인 도움은 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모나리자 속에서 나타나는 화풍, 화가가 의도한 부분, 작품 전후의 상황 맥락적 이야깃거리 등을 알 수는 없다.

어쩌면 환원주의는 하나의 접근법으로 간주하는 데에서 만족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즉, 다층적인 접근을 통해 보다 완전한 설명을 도모할 수 있다.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분명히 의미가 있으며, 작곡가의 의도와 지휘자의 성향, 각 악장들의 구조적 오케스트레이션의 분석에 대한 지식들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기본 주파수를 바탕으로 하여 각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배음(하모닉스)에 대한 물리학적 지식 역시 음악을 감상하는 정신적 풍요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인문 현상도 그러하다면, 보다 엄밀하고 학술적인 영역에서의 환원주의는 그 가치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낼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환원주의 비판론자들로서 몇 명을 꼽아 보자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반박한 생리학자로 유명해진 D.노블(1936~)이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생명의 음악》에서 시스템 이론적인 접근을 시도하며, 이에 곁들여서 환원주의적 생물학의 이해를 논박한 바 있다. 또한 물리학자 P.W.앤더슨(1923~) 역시 이미 "모든 것을 단순한 근본적 법칙들로 환원시키는 힘은 그런 법칙들로부터 시작하여 세계를 재구성하려는 힘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 잘라 말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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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물리주의에 대해서라면 역시 이에 얽힌 심리철학적 논쟁이 빠질 수 없겠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 주제까지 다루지는 않기로 한다.
  • [2] 정신물리학이라는 지름길이 있다.
  • [3] 이것도 신경화학이라는 지름길이 있다.
  • [4] 실제로 이와 같은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경경제학 및 신경사회학.
  • [5] F.Crick, 1966.
  • [6] G.Edelman, p.36.
  • [7] 한때 신경과학자이자 저술가인 S.해리스가 영혼에 대하여 "그저 한 다발의 뉴런일 뿐이죠 뭐" 라고 시큰둥하게 대답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간주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는 또한 심리철학과 물리주의의 가장 핫한 떡밥들과도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