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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재지이

last modified: 2018-12-17 13:50:30 Contributors

한자 : 聊齋志異
영어명칭 : Ghosts And wizards / Strange Stories From Chinese Studio

중국 청나라 초에 살던 포송령 (1640~1715)이 지은 기담 모음집.

포송령은 환갑이 넘어서야 겨우 1차 시험에 붙은 평생 고시생으로, 합격하기 전까지는 대갓집 과외 선생으로 생계를 잇던 선비였으나 이 책 하나로 중국에서 김시습 급의 반열에 올랐다.

정작 본인은 살아생전 찬사를 듣지 못했다. 포송령이 죽은 지 51년 뒤인 1766년에 책이 간행되었기 때문이다. 원본 중 절반은 남에게 빌려주었다 잃어버렸다고 한다.

작가인 포송령 자신은 해당 책 내에서 '이사씨 (異事氏)'라는 이름을 빌려 "이사씨는 말한다."는 방식으로 각 단편마다 개인 의견을 달기도 한다.

Contents

1. 내용
2. 한국어 번역
3. 대중문화 속의 요재지이
4. 관련 항목

1. 내용

중국의 기이한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포송령이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얘기와 자신의 경험담을 합쳐서 간행되었는데 자신이 죽기 직전까지 수십년 동안 모은 인생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영화 천녀유혼으로 유명한 섭소천 이야기 등이 담겨져 있다.

읽어보면 여러모로 재밌는 얘기가 많다. 일례로 여자가 출세하는 이야기, 어떤 평범한 남자가 협녀와 엮인다는 이야기,[1] 한 남자가 표류해서 식인귀들의 땅에 떨어져 식인귀 여자와 결혼했고 자식들은 중국에 와서 크게 성공한다, 한 남자가 전생의 인연으로 문소황후를 만났는데 조조는 며느리가 바람피니까 개의 모습으로 나와서 훼방을 놓는다,[2] 구주삼괴야구자 같은 독특한 중국 요괴도 등장하며 조선에 놀러간 남자가 신선들이 산다는 이어도에 놀러가는 등.

제일 많이 나오는 건 여우나 귀신, 요괴 등과 사랑하는 이야기. 대체로 남자가 길을 가다가 여자를 만나고 사랑을 나누다가 여우나 귀신이라는 걸 알아채리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웃긴 점은 남자의 반응은 십중팔구 여자가 사람이 아니지만 어쨌든 예쁘니까 상관 없다.[3] 이렇게 연을 맺었으니 당연히 배드 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는 별로 없다. 그리고 여기에 등장하는 여우와 귀신, 요괴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다.

왠지 귀신인 여자가 멀쩡히 돌아다니고 다른 사람의 눈에도 잘만 보이며 상견례 후 혼인까지 한 다음에 애도 낳아서 잘먹고 잘살았다는 엔딩이 대부분. 하지만 둔갑한 늑대소녀와 결혼한 남자가 자신의 아내가 늑대인 걸 모르고 자신의 아내를 지키기 위해 늑대가 다니는 길목에 독이 든 미끼를 놓았는데 그걸 늑대인 아내가 먹고 죽었다는 이야기, 어느 권세 높은 남자가 자신이 아끼는 여자를 악귀화 된 도사에게 빼앗기거나, 강간을 일삼는 요괴들에게 여자들이 강간 당하는 이야기 (이 이야기는 마지막에 강간을 일삼던 요괴들이 한 남자에게 다 퇴치 된다.) 등 안 좋은 이야기도 다수 있다.

이 외에도 기생인줄 알고 좋아서 안아봤더니 남자라 실망했는데 어찌어찌 말이 통해서 친구가 됐다는 얘기도 나오며, 모태고자였던 남정네가 여우가 준 약으로 고자 신세에서 탈출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처벌로 나비를 바치게 하는 관리가 있었는데 밤에 나비귀신이 그에게 복수하겠다며, 다음날 상관이 왔는데 모자에 흰 꽃을 달아놓은 걸 깜빡하게 만들어서 꾸중듣게 해서 복수를 한 귀여운 귀신도 나온다. 현실 비판 얘기도 상당히 많다.

괴담이나 기괴한 이야기 외에도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화 혹은 과연 정말 이랬을까 싶은 믿거나 말거나 식 얘기들도 나와 있다. 가령 필리핀에서 표류해 온 표류객들 이야기, 개구리 실로폰, 청대에 태국에서 진짜 사자가 들어왔을 때의 이야기[4], 무능한 남편을 대신해 남장을 하고 과거를 봐서 장원으로 합격한 뒤 시부모도 벼슬을 받는 혜택을 누리게 한 여인, 수간을 하다 잡혀 사지가 찢겨 죽은 개와 여인 등. 이 여자와 개가 수도로 호송되는 도중에 사람들이 그 짓을 하는 걸 보고 싶어하자 간수들이 돈을 받고 사람들 앞에서 그 짓을 하게 한다.

동성애와 관련된 단편도 있는데, 동성애와 관련된 편에서 작가인 포송령이 '마땅히 싹을 잘라내는 것이 마땅하렷다.'고 평하는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중국 청대에도 별다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요재지이를 보면 중국인들의 세계관을 볼 수 있는데 산해경과 더불어 조선은 비교적 좋은 이미지로 나온다. 보이쉬한 조선 여인도 등장한다.[5] 조선이 공간적 배경으로 나오는 이야기도 있는데 신선이 사는 곳이 있다고도 했다.[6] 죽은 사람도 산 사람의 음식을 먹다 보면 다시 인간이 된다는 언데드 처리법도 나온다.

프란츠 카프카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도 요재지이를 읽고 감명 받았다고 한다.

요재지이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사이트. 중국어를 잘한다면 참고해도 좋다.

2. 한국어 번역

한밭대학교 중국어과 김혜경 교수가 번역한 완역본이 전 6권으로 2002년 민음사에 의해 출간되었다.

채지충이 만화화 한 것을 번역했는데 몇가지 이야기들만 추려서 단권으로 출간되었다.

3. 대중문화 속의 요재지이

  • 영화 천녀유혼이 '섭소천' 편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2008년에 개봉한 중국 영화 '화피 (畵皮)'도 같은 제목의 에피소드[7]를 배경으로 만든 작품이다. 2010년 6월부터 한달 동안 홍콩에서는 25부작 드라마인 '포송령'으로 방영되기도 했다.

  • 소설가 이문열은 "소설가 지망생이라면 한 번 쯤 일독해 볼 것"을 권하기도 했다.

  • 동방신령묘》의 등장인물 곽청아의 배경은 《요재지이》 7권 청아 편에서 유래했다. 세이가의 능력 역시 요재지이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내용은 무청아 참조.

  • 모로호시 다이지로제괴지이는 이 작품의 제목을 따와서 지은 이름. 다만 제괴지이 자체는 수신기의 영향을 더 받았다고 한다.

  • 웹툰 이런 영웅은 싫어에서 오수이호에게 플레이보이 신간과 함께 사오라고 시킨다.

  • 타이완에로 동인지 작가 싼시팡 (三色坊)의 요재야화 (聊齋夜畫) 시리즈가 요재지이에 기반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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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이 이야기는 영화 《협녀》로도 나왔다.
  • [2] 다른 얘기에선 죽은 이후 얼마나 벌을 줘야 될지 몰라서 아직까지 곤장을 때리고 있거나, 홍수가 났더니 무덤이 파헤쳐져서 유골은 박살나고 부장품은 모조리 도굴 당한다.
  • [3] 여우와 얽힌 에피소드에서는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여우에 홀려서 죽을 지경에 이른 주인공이 의원이 처방해 준 춘약을 먹고 정력을 업 시킨 다음에 결국 여우와 포풍 검열삭제를 한 끝에 복상사 시켜서 고통에서 탈출하는 에피소드도 있다.
  • [4] 동양의 사자와는 이미지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 또한 기이하다고 하겠다.'고 평했다.
  • [5] 사냥을 즐기는 활달한 이미지로 나온다.
  • [6] 한반도는 '산해경' 등에서 대개 꿈과 신선의 도시로 그려진다. '호랑이를 탄 신선들이 살며, 무궁화가 지천으로 피는데, 이를 따서 먹기도 하고 장식으로도 삼았다.'
  • [7] 요괴가 여자 그림을 그린 사람 가죽을 뒤집어 쓰고 남자를 유혹한다는 내용이다.